한 하꼬의 .. 틈새시장 공략일지 上 (스압)
본문
꼬붕쿤들 안녕
나는 방송 시작한 지 두달을 좀 넘기기 시작한 꼬붕이야
다만 직장을 다녀서 주말(토,일) 양일간만 방송을 하고 있고..
그동안 갤에서는 눈팅하면서 팁 같은 것만 열심히 수집했는데
오늘은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글까지 써보려 해
그럼 시작한다
1. 방송 시작 전의 이야기
사실 그간 '방송이란 건 평생 나와 관련 없는 세계다!' 못박고 살아왔어
유튜브든 트위치든.. 보는 건 괜찮지만 직접 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었지
왜냐? 내 주변에 거대한 실패 사례들이 있었거든
특히 고딩 때 동창이었던 A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 ㅋㅋ
A라 하면 누구냐 .. 외모는 못생겼지만 교내 원탑 핵인싸, 입만 열면 빵빵 터지는 그런 존재였는데..
걔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알바해서 방송장비 마련하고 바로 방송 달렸거든
어떻게 보면 이 방송 시장 쪽으로 선구안이 있었던 거야
그때만 해도 방송인들이 돈 잘 못벌던 때였는데 작심하고 뛰어들었으니까..
아무튼 주변에서는 당연히 응원하는 분위기였고 다들 가서 봐줬다
첫날에 30명이 모일 정도였지
나는 첫날만 봤고 그 이후로는 못봤어
첫날 봤을 때는 확실히 텐션 좋고 말 잘하고 웃기다는 느낌? 그래서 성공할 것 같았다
6개월쯤 지났나?
친구 B,C가 술자리에서 말해주더라
A 방송 접었다고
왜? 물어보니까
아, 그냥 다른 사정 아니고.. A 걔 매일 10시간, 11시간씩 하는데도 평청자 5명을 못넘겨서 지쳐서 그만둔다더라..
와.. 충격이었어
아니 진짜 개에반데? 그 A가 평청자 5명을 못넘긴다고?
근데 얘길 더 들어보니 그럴만했어
걔 방송이 처음엔 시끄럽고 좋았는데 한달쯤 지날 때부터 조용해졌다 하더라고
B,C가 분석한 문제는 이거였어
A가 현실에서 웃긴 건 맞는데, 방송에서까지 그런 건 아니라고
이게 뭔 소리냐?
A의 야부리 동력은 자기와 친한 사람들, 즉 자기가 성향 파악을 완료한 무리 안에서 나왔어
얘네가 어느 부분에서 빵 터지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그 그룹 안에서만은 잘웃겼고, 또 자신감이 넘쳤던 거야
그런데..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니까 그 힘이 확 떨어졌어
자기 친구들은 개터지는 유행어, 포인트 등이 생면부지의 시청자들에게는 잘 안먹혔단 거지
그러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니 말수가 줄었다더라고
결국 관뒀고.
그 소식을 들은 난 7,8년이 흐른 최근까지 인방만은 건드리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
이건 그냥 개쌉재능충의 영역이라고
2. 내가 하는 겜이 흥해버렸다
이 게임 한 3년 정도 됐나..?
내가 오픈 때부터 열심히 하는 겜이 하나 있어
잘만든 게임이라 생각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했고 돈도 3년간 야금..야금.. 천만원 정도 지름(시발ㅋㅋ)
근데 이 게임이 잘 나갈만하면 사건 터지고, 또 잘 나갈만하면 사건 터지고 그래서 빛을 제대로 못봤어
중간에 진짜 크리티컬한 사건이 터졌을 땐 이 게임 망했다며 유저 절반 가량이 빠져나갈 정도였음
당시에 이 게임 방송하던 사람들도 대거 접었고..
근데 그때도 난 '재밌는데..' 하면서 걍 열심히 했어
어떻게 보면 멍청했던 거지 ㅋㅋ
다행히 그때 열심해 해뒀던 게 방송을 시작할 밑거름이 됐어
왜냐?
몇 달 전부터 이 게임이 갓패치만 주구장창 싸더니
이젠 유효유저수 수십만을 떡치는 겜이 돼버렸거든
유저수가 늘어나니 이 게임의 시청자풀도 커졌어
그런데 문제는 뭐다?
원래 방송하던 애들이 다 접었어
방송하는 사람이 없어!!
초-블루오션!!!
뒤늦게 깨달은 일부가 부랴부랴 돌아왔지만 이미 벌어진(대가리 깨진) 고인물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고
'남자'스트리머가 '고수'의 풍모를 못보여주니 시청자들도 예전만큼 안봐줬어
다들 힘들어 하는 게 보였지
그러던 어느날..
내가 과거 핵과금랭커였던, 그러나 몇달 접고 복귀한 스트리머 D와 pvp에서 매칭돼
그간 게임을 라이트하게 즐겨온 나는 벌벌 떨었지만 웬걸
한대도 안맞고 D를 떡발라버림
3. 기세를 몰아 방송을 시작
내가 D를 탈탈 털어버린 건 당연한 일이었어
걍 템부터가 말도 안되게 차이 났거든
하지만 과거의 D를 기억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시에 이거 .. 기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어렴풋 들기 시작했어
D만 해도 충분히 사람들이 보는데 혹시 나도..?
에이. 근데 방송장비 마련하고 세팅하는 게 보통 일 아니잖아...
복잡하니까 하지 말자 생각했어
근데 갑자기 친구가 쓰던 컴 가져가래
자기 유학 간다고
ㄸㅣ용?
보니까 ㅈㄴ 말도 안되게 좋은 스펙의 컴퓨터야
게다가 직접 와서 달아주고 갔어
뭔가 온 우주의 기운이 내게 몰려드는 느낌이었다
방송 함 하라고
그날로 바로 OBS 등을 익혔어
혼자 테스트방송을 해봤는데 멀쩡히 잘됐고..
바로 첫 방송을 시작했지
첫 방송 결과야
초라하다면 초라하지만..
롤 옵치 등 인기 게임에서 시작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지표였어
희망을 느꼈지
그리고는 바로 연구에 들어갔어
내 방송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어떤 시간대에 방송을 해야 할까?
그래서 이 갤에 찾아오기도 했고 ㅋㅋ
그렇게 충분히 준비를 마친 뒤 적당한 시간대에 다시 방송을 켰어
두번째, 세번째 방송쯤 될 거야
성장.
미묘하지만 성장.
최대 시청자 15가 찍히는 순간에는 심장이 떨리고 카타르시스가 샘솟더라
하지만 방송을 끄고 통계를 확인할 때는 오히려 부정적인 감상이 들었어
최대시청자가 늘고, 평청자도 쪼금 늘긴 했지만..
이거 고유시청자 숫자 증가분에 비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거지
머릿속이 다시 차가워졌어
고유 시청자라고 하면 서로 다른 개인 한명 한명을 뜻하잖아
즉 처음에는 29명이 스쳐지나갔는데 6.4명이 유지됐고,
그다음 방송에는 95명이 스쳐지나갔는데 7.1명이 유지됐다는 말이지
3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생각하면 이 성장세는 지나치게 미미한 거야
부정적인 지표라고밖에 볼 수 없었어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피드백도 시작했다
내 방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씩 돌려봤지
뭘까?
시간대 문제인가?
오디오가 비나?
말이 재미가 없나?
게임과 게임 사이의 인터벌이 긴 것 같기도 하고..
어?
8시 50분에서 9시. 이 10분 사이에 왜 사람들이 빠져나갔지? 이부분 내가 어떤 식으로 진행했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정말,정말 진지하게 셀프 피드백을 했어
이때 힘들었던 건.. 그 '문제점을 발견하는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이란 거였음
진짜 기분 별로더라고 ㅋㅋ 내가 그렇게 자존심 센 사람인지도 처음 알았고 ...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든 나머지 여러 시도를 했어
가장 대표적인 건 대기업들 유행어나 말투 등을 따라하기 시작한 거였지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하면 중간은 갈 거라는 생각에 말야
결과는 실패였어
오히려 지표가 소폭 감소했지
다시 한주가 지나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들었어
아.. 역시 나는 방송에 재능이 없나?
역시 안되는 길인가?
내가 다니는 직장도 업계에서 하꼬다보니 인당 주어지는 업무량도 과해
그러다보니 방송 같은 거 때려치고 진짜 주말에는 쉬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괜히 스트레스 받을거리 더 만들지 말자고..
특히 방송 전날인 금요일에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혼자 화장실에서 울었어
내가 진짜 군생활할 때 별 줫같은 일을 당하고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은 ㄹㅇ 인생 최악의 날 수준이었음
집에 돌아왔을 때는 너덜너덜한 상태였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그렇게 다음날이 됐다
약속한 방송시간을 좀 지났을 때서야 눈을 떴어
딱 든 생각은 뭐..
오늘부터 방송하지 말자.. 걍..
다 줫같다..
줫같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야
인생 최악의 날 다음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을 줄은...
---
사진 용량 때문에 下에서 계속.. ^^